가을의 영성

2020. 4. 4. 16:16선교칼럼

가을의 영성

조귀삼 교수(한세대 선교학)

  벌써 가을이다. 시간이 왜 그렇게 빨리 가는지에 대한 감각도 느끼지 못하는데도 말이다. 연구실 창밖을 보면 벌써 다양한 색깔의 단풍잎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럴 때에 필자는 가을의 영성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영성에 관한 이론은 명확히 설명되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기에 와서 학자들과 영적 지도자들은 영적 성장(spiritual growth)과 영적 성숙(spiritual maturation)의 정도를 측정하는 연구에 많은 관심을 두었다. 이 분야의 연구 중에 하나로 신앙(religiosity)을 측정하는 연구가 있다. 이 연구를 통해서 학자들은 개인의 종교적 신앙과 태도가 그 사람의 삶 속에 실제로 얼마나 깊게 스며들어 갔는가를 알아보게 되었다. 크리스천의 개개인의 삶 속에 세속적인 가치가 너무 깊숙이 침투해 들어가고 영적인 요소가 소멸되어 가는 것을 발견함으로써 기독교계에 큰 경종을 울리게 되었고, 이에 따라서 영성발달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게 되었다.

  기독교의 영성은 흔히 이교도들이 말하는 신화적이며 초월적인 신비의 경지에 도달함으로써 얻어지는 것이나, 자연을 관찰하며 형이상학적인 세계에 대한 명상을 토대로 하여 형성된 것이 아니다. 기독교 영성은 유대주의적 뿌리를 갖고 있는 역사적 사건 속에 두고 있다. 교회사적인 측면에서는 영국에서 사용되었다. 이는 성직자단 전체(the whole body of the clergy)를 뜻하고 있다. 현대적인 의미에서 영성이란 경건(piety), 헌신적인 삶(the devotional life), 기도의 내적 생명(the interior life of prayer)등의 의미를 갖고 있다.

  영성발달의 역사는 초대교회 이후에 꾸준한 주장들이 제기되었다.. 초대교회의 오리겐(185-254)은 순교야 말로 최고의 영성 발달이라고 보았다. 어거스틴(354-403)은 인간이 종교성을 통해서 신성화된다는 동방 교리(the eastern doctrine)를 반대하여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통해서 영성을 발달시켜야 한다고 보았다. 중세 초기의 그레고리(Gregory the Great, 504-604)는 수도원 제도(monasticism)를 체계화시켜서 묵상을 통하여 하나님을 보는 방법을 개발하였다, 중세의 영성은 두 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성만찬을 통한 크리스천 공동체의 영성운동이고, 두 번째는 크리스쳔 개개인이 자신의 정욕과 싸우면서 신비한 영적 체험을 함으로써 그리스도와의 연합되고 도덕적 완전을 도모하고자 하였다. 결국 이 시기는 개인적인 차원과 공동체적인 차원의 두 가지 요소가 복합되었다.

  종교개혁자들이 가진 영성을 살펴보자. 루터는 타자 중심으로서의 삶(other-centered life)으로 보았고, 칼빈은 수도원에서 명상만 하고 실생활은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삶 대신에 하나님과 인간과의 관계를 잘 맺고 살아가는 과정(a process of living a life)이며, 웨슬리는 영성발달을 위하여 설교와 찬송 그리고 교육을 중시하였다.

  이번 가을에는 한국에서 세계 기독 교회사에 중요한 WCC 총회가 열린다. 그러나 이러한 잔치가 다양한 신학적 편견들로 인해서 하나가 되지 못한 가운데 진행될 것 같다. 이러한 상항 가운데에서 우리는 진정한 기독교인의 화합의 영성을 찾아야 하겠다. 그리고 이러한 영성이 기독교 선교에 원동력이 되었으면 한다. 전도와 선교는 크리스천 개개인과 교회가 밖을 향하여 수행해야 하는 외적(outward dimension)의 명령이고, 영성발달은 크리스천 개개인과 교회가 내부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내적 차원(inward dimension)의 명령이다. 모든 크리스천들은 이 두 가지 명령을 동시에 받고 있다. 영성발달은 크리스천이 세상에 빛을 발하면서 살 수 있도록 하는 가장 구체적이고 확실한 방법이다. 성경은 우리에게 영적으로 성장하고 성숙하여 어린 아의의 일을 버리라고 강조한다(고전 13:11).

  개신교의 복음이 한국에 도착하여 뿌리를 내린 지 150여 년이 된다. 유럽의 기독교 역사에 비하면 아직도 어린아이와 같은 나이이다. 그러나 한 세기 반이 지난 한국기독교의 위상은 결코 만만히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때에 마음을 합하여 선교의 현장으로 달려가고자 하는 목소리들이 많이 나와 주어야 하겠다. 가을의 영성은 모든 생물 속에서 역사하는 하나님의 임재를 교훈으로 삼아서 흐르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 이러한 생각이 필자가 가을의 영성을 승화시키는 기도이다.

20131027교회연합신문 선교 칼럼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