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4. 6. 15:01ㆍ선교칼럼
타바 국경의 비극
조귀삼 교수(한세대 선교학)
타바는 이집트와 이스라엘 간의 국경을 맞대고 있는 곳이다. 그곳 장소는 매우 아름답고 평온한 자연요소를 지니고 있다. 그곳은 홍해의 상류지역으로서 바다를 처다 보면 복잡한 상념을 다 잊어버릴 만큼 안식을 주는 곳이기도 하다. 필자는 몇 년에 한 번씩 학생들과 함께 요르단과 이집트 그리고 이스라엘 속에 간직한 성경의 배경 성지 연구팀을 이끌고 그곳을 찾는 기회를 가졌다. 따라서 타바 국경이 가진 지형적 배경을 눈에 익히고 있다.
몇 일 전 평온하기만 하던 타바 국경에 상상할 수 없는 비극적인 일이 발생하였다. 충북 진천 중앙 장로교회 교인 31명을 포함한 35명의 성지순례단은 교회 창립 60주년을 맞아 지난 10일부터 터키~이집트~이스라엘을 돌아보고 있었다. 이들은 16일 오후 2시 20분쯤 이집트에서 이스라엘로 들어가기 위해 시나이반도 국경도시인 타바에 도착했다. 일행이 이집트에서 이스라엘로 출국 수속을 하기 위해 버스에서 내리려는 순간 아랍계 청년 괴한이 나타나 버스에 오르려 했다. 마침 일행을 이끌고 있었던 현지 여행사 사장인 제진수 씨가 문 앞에 서 있었다. 괴한이 버스에 한 발을 올려놓는 순간 제씨는 '당신 뭐냐' '당장 내려라'고 소리치며 상대 가슴을 손으로 밀쳐 버스 밖으로 내쫓았다. 괴한이 몸을 돌리면서 버스를 내리는 거의 동시에 천지가 울리는 쾅 소리와 함께 불꽃과 검은 연기가 하늘로 솟아올랐다. 괴한은 시나이반도에서 활동하는 테러리스트였다. 결국 한인 세 명과 운전사가 현장에서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그동안 이집트와 이스라엘이 정치적인 불협화음의 요인이 존재하면서도 타바 국경을 통한 관광객은 원활하게 지나갈 수 있었다. 왜냐 하면 관광산업 때문이었다. 성지를 순례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타바 국경에서 멀지 않은 모세가 십계명을 받았다고 추정되는 시내산(호렙사)과 콘스탄틴 대제의 어머니에 의해서 건축된 정교회 소속의 수도원 및 교회를 둘러보고 내려오는 것이 필 수 코스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성도들로 하여금 당분간 모세의 산인 시내산으로의 여행은 매우 힘들 것으로 판단된다. 필자가 여행했던 작년만 하더라도 시내산 출입을 위험지역으로 분류하여 현지 경찰의 호위 아래 들어갔다. 그러나 이마저도 앞으로는 힘들 것으로 여겨진다.
시나이반도의 이슬람 과격파 지하 조직인 '안사르 베이트 알마크디스'는 17일 이번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의 이름은 아랍어로 '신성한 전당(예루살렘)의 투사들'이란 뜻으로 이집트와 이스라엘의 '완전한 이슬람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급진 이슬람 무장단체인 이들은 세속적 성향의 현 이집트 정부 퇴진을 목표로 지난 2011년부터 과격 투쟁을 벌였다. 이번 관광버스 공격도 이집트의 주요 수입원인 관광업을 위축시켜 정부를 압박하려는 의도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은 17일 트위터 계정을 통해 '(이번 버스 테러 외에) 앞으로도 계속 이집트의 경제와 관광, 군사력에 대한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공언했다.
주 이집트 대사관과 현지 경찰은 이번 테러가 무작위로 자행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지금까지 현지 테러 조직이 동양계를 목표로 삼은 적도 없었고, 그럴 만한 뚜렷한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이날 폭발 사고 당시엔 국경에서 대기 중인 버스가 공교롭게도 한국 관광버스 한 대뿐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평소에는 5~6대씩 대기하는 경우도 흔하다고 한다. 한국을 타깃으로 고른 것이 아니라, 마침 그 자리에 있는 버스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물론 위에서 언급된 언론 보도는 일정 부분 일리가 있다. 또한 그들이 테러를 통해서 관광산업의 장벽을 통해서 이집트 정권을 흔들기 위한 전략임에도 동의한다. 그러나 우리에겐 너무나 중요한 성지를 순례하지 못하게 되는 어려움이 있다.
타바 국경에 다시 평화가 찾아 들어야 하겠다. 성도들이 모세의 십계명을 생각하게 하고, 홍해가 갈라지는 기적을 생각하게 하고,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를 통해서 하나님의 공급이 얼마나 귀중한 것인가를 깨닫게 되는 성지 순례가 하루빨리 재개되어야 하겠다. 끝으로 어렵게 마련하여 성지순례를 결단했던 충북 진천의 중앙교회 성도들과 테러로 희생된 제진수씨와 가이드 김진규 씨,, 신도 김홍열(64)씨, 이집트 운전자 가족 모두에게 하나님의 놀라운 위로가 있어지기를 기도한다.
2014년 2월 23일 “교회연합신문 선교 칼럼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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