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범 선교사의 유고를 보면서

2020. 4. 6. 15:33선교칼럼

박성범 선교사의 유고를 보면서

조귀삼 교수(한세대 선교학)

  참으로 안타까운 소식이다. 새벽에 일어나 관습적으로 TV 스위치를 켜게 된다. 혹시 좋은 소식이 있지나 않을까? 이러한 마음은 나 혼자만의 마음은 아닐 것이다. 날마다 쏟아지는 세상적인 소식들은 약육강식의 소식들뿐인 줄을 알면서도 그래도 기대를 갖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와는 달리 참담한 소식들을 접할 때에는 마음이 무너져 버린다. 오늘 아침에 듣는 소식은 참으로 감당하기 힘든 경우이다.

  국내의 한 신문사에 기술된 글을 보면 다음과 같다. 인도네시아에서 선교활동을 하다가 꼬마의 비자 연장을 위해서 싱가포르로 가던 여객기가 추락을 당한 것이다. 실종 에어아시아에서 사라진 박성범 선교사는 빈민촌에 살며 한글-목욕 봉사 활동을 감당했던 키다리 아저씨라고 캄보디아 아이들이 말했던 선교사님이셨다.

  승객, 승무원 등 162명을 태우고 28일 추락한 에어아시아 항공기에 탑승했다가 실종된 선교사 박성범 씨(오른쪽)의 캄보디아 현지 선교활동 모습. 여수제일교회 제공 328일 에어 아시아 여객기 추락 사고로 실종된 박성범 선교사(37)는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캄보디아 빈민촌, 보육원 아이들 사이에서 키다리 아저씨’ ‘키다리 친구등으로 불렸다.

  박 씨는 인도네시아 선교활동 이전에 두 차례나 캄보디아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20048월부터 2년간 한국국제협력단(KOICA) 봉사단원으로 왕립 프놈펜대에서 한글을 가르쳤던 그는 2년 뒤인 20082월 다시 캄보디아를 찾았다. 이번에는 캄퐁참 시 빈민촌에 살며 보육원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했다. 대학에서 중어중문학을 전공했지만 컴퓨터에 능한 그는 아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그 역시 아이들을 좋아해 집도 보육원 바로 앞에 얻었다.

  한글과 컴퓨터를 가르치면서 매주 보육원과 빈민촌 아이 50여 명을 목욕시키는 일은 늘 그의 몫이었다. 목욕을 마치면 상처 난 아이들의 치료도 그가 맡았다. 아이들과 함께 뛰어놀고, 사진을 찍어주는 것도 무척 좋아했다고 한다. 교회 동료인 김 모 씨(43·)“20108월경 캄퐁참 시를 방문해 박 씨와 봉사활동을 잠시 함께했다보육원과 빈민촌 아이들이 유난히 박 씨를 좋아하고 따랐다”라고” 말했다.

  박 씨가 소속된 전남 여수 제일교회 김성천 담임목사는 29일 새벽기도회에서 박 씨는 청년으로서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한글을 가르치며 IT(정보기술) 강국 한국의 위상을 알리는 일을 했다며 그의 무사귀환을 기원했다.

  이러한 기도와는 달리 박성범 선교사의 무사 귀환은 쉽지 않을 듯하다. 여러 가지 정황들이 그 분의 귀환을 어렵게 하고 있다. 높은 파도와 사라진 비행기의 행방 그리고 불러도 대답 없는 연락 두절의 상황들이다. 어쩌면 참담한 결과를 우리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몇 년 전 서양의 어느 친구에게서 자조 섞인 말 한마디를 들었다. 이는 천국에는 비자도 없다라는 말이다. 어쩌면 선교사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주제국의 비자 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현대선교의 초기 사역을 감당했던 윌리암 케리의 시대에는 비자가 필요 없는 시대였는지 모른다. 그러나 자민족 우대사상이 넘쳐나는 지금은 타국에 갈 때에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이 바자이다.

  박성범 선교사를 파송한 여수 제일교회는 필자와도 약간의 인연이 있는 곳이다. 선교에 관심이 있고, 좋은 사역자들을 많이 길러 내는 교회 이다. 특히 젊은 시절 함께 민족복음화를 외치던 동역자가 장로로 시무한 곳이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수를 들릴 기회가 있으면 장로님을 불러내어 시장 바닥을 뒤져서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식사를 하곤 했다. 어쩌면 바다 가까이에서 성장했던 박 선교사님이기 때문에 인도네시아의 무서운 파도도 이겨내기를 기대해 본다. 그러나 만약 비행기의 추락과 함께 하나님의 부름을 받았다고 하면 고이 영면하기를 기도한다.

  사람이 한번 죽는 것은 정한 이치라고 사도 바울을 말씀하셨다.. 인간 수명이 100세를 넘긴다 해도 의미 없이 살다가 죽는 것만큼 헛된 것이 없으리라. 그러나 박성범 선교사님 내외 분과 꼬마는 참으로 멋있게 사셨다. 동남아의 빈민촌 아이들이 키다리 아저씨라고 지어준 이름답게 성실하게 하나님 나라를 이루기 위해서 사신 분이다. 이제 그분의 헌신이 헛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20154월 6일 교회연합신문 선교 칼럼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