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서비스와 갑을 관계

2020. 4. 8. 13:01선교칼럼

땅콩 서비스와 갑을 관계

조귀삼 교수(한세대 선교학)

  최근 국내 유명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조현아라는 이름이 탑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필자의 막내 이름과 같아서 흥미 있게 사연을 읽을 수 있었다. 사연인즉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큰딸인 조현아 씨는 지난 5(현지시간) 미국 뉴욕 JFK공항에서 인천으로 가는 KE086 항공기가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향하던 중 승무원이 매뉴얼대로 서비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책임자인 사무장을 내리게 했다.

  항공기가 게이트를 벗어나 견인차를 통해 활주로로 나가던 비행기는 10m 정도 이동한 뒤, 다시 게이트로 돌아와 사무장을 내리게 한 후 다시 출발했다. 이 과정에서 비행기 출발시간은 20분 지연됐고, 결과적으로 운항 시간은 11분 늘어났다. 출발시간이 지연됐지만 안내방송은 없었다.

  언론에 의하면 9일 땅콩 서비스로 촉발된 사건으로 비행기를 되돌려 승무원을 내리게 한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이 모든 보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는 발표가 있었다. 그러나 발표 내용이 자세히 전해지자 이는 무늬만 사퇴라는 지적과 함께 국민을 기만한 행위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또 표면상으로만 사과를 한 대한항공은 사건의 유출자를 찾으려고 승무원들의 카카오톡 등 휴대전화 메신저까지 검열한 것으로 알려져 큰 물의를 빚고 있다.

  이번 사태가 일어나게 된 배경과 진화하는 과정에서, 대한항공 지분 6.76%를 가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1.08%를 가진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은 우리 국민들이 평소 '국민의 날개'라고 생각했던 대한항공을 자신들의 개인 회사로 생각하고 전횡적으로 운영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라는 지적이 많다.

  조부사장과 대한항공의 어이없는 대응에 대해 네티즌은 물론 해외 언론들도 비판에 가세했다. 뿐만 아니라 국회에서도 조 부사장에 대한 처벌을 요구했다. 기내에선 승무원에 대한 명령권이 없는 승객인 조 부사장이 승무원에게 내리라고 고함쳤다면 조 부사장을 경찰에 넘기는 것이 운항 규정이라는 것이 항공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편 대한항공이 승무원들의 휴대전화 메신저, 카카오톡을 검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땅콩 회항' 사태가 외부로 유출된 경위를 알아내기 위해 조사를 벌인 것이다. 또한, 대한항공은 또 관리자급 승무원에게 일괄적으로 메시지를 보내 입단속을 했다. 외부에서 문의가 올 경우 '이번 사태가 해당 사무장의 자질이 부족해 벌어진 일이라고 답하라'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일단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우리 사회에 만연된 갑을 관계의 단면을 보게 된다. 을은 항상 갑을 위해서 모든 일을 하면서도 갑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했을 때에 냉대와 함께 인격적 모독 같은 일들을 감내해야만 했다. 피해 당사자인 사무장은 병가를 통해서 마음과 몸을 추스르고 있는 모양이다. 어쩌면 모든 것을 풍성하게 갖고 있는 갑은 을의 고통과 환경을 공유해야 성숙된 사회가 될 것 같다.

  같은 날 같은 지면의 신문에는 많은 돈을 가졌으면서도 인류를 위해서 자신의 가진 것을 희생하는 폴 앨런의 이야기가 나와 있다. 그는 세포생물학 연구에 1억달러(약 1109억원)를 기부하기로 했다. 세포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지도를 만들어 각종 질병을 정복하겠다는 목표다.

  앨런은 8(현지 시각)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미 세포생물학회 연례총회에서 '세포생물학 연구소' 설립을 위해 11억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연구소장을 맡은 릭 호르위츠(Horwitz) 박사는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세포의 한쪽 면이나 일부 구성요소만 관찰했을 뿐, 100여 가지가 넘는 세포 내부의 요소를 한 번에 보지 못했다"면서 "세포 속을 들여다보는 구글 맵과 같은 지도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한 사람은 자신의 기업에서 일하는 을을 서비스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인한 이륙을 앞둔 비행기에서 내리게 하였고, 다른 한사람은 자신이 가진 재산의 일부를 인류의 복리를 위해서 기꺼이 내어 놓는 경우를 보면서 인간 됨됨이가 갖는 차이를 느끼게 한다.

  사실 예수님은 인류에 있어서 슈퍼 갑이다. 그 분은 천지를 창조하시고, 운행하시고, 인간을 만드시고, 죄인들이 짊어지신 십자가를 통해서 구원을 완성하셨다. 그러면서도 세상에서 가장 낮은 을들을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들을 희생하셨다. 따라서 그분은 영광을 받으셔야 한다.

20141214교회연합신문 선교 칼럼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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