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부자인 대통령

2020. 4. 8. 13:12선교칼럼

세상에서 가장 부자인 대통령

조귀삼 교수(한세대 선교학)

  종교를 이야기할 때에 성속의 문제는 빠뜨리지 않고 등장하는 용어이다.. 요즈음처럼 부가 편중될 때에는 종교인이 얼마를 가졌느냐 또는 얼마를 편취했느냐?”?” 같은 것들이 대중들의 관심사가 되기도 한다. 이럴 때일수록 예수님의 삶이 우리들에게 기준이 되곤 한다.

  비록 고차원적인 도덕을 요구하는 종교인은 아니지만, 종교인들 보다 더 고귀한 삶을 살고 있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기사가 나와서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는 자신의 집무실인 대통령을 노숙자 쉼터로 내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이라는 글이다. 게릴라 출신으로서 대통령에 오른 우루과이의 무히카 이야기이다. 1960 년대 후반, 당시 30 대 초반 젊은 이었던 호세 무히카는 좌익 무장 게릴라 조직 '투파마로스'에서 활동한 지명 수배자였다. 장례 행렬을 위장해 경찰 눈을 피했고, 카지노를 턴 뒤엔 카지노 직원들에게 훔친 돈의 일부를 나눠 주기도 했다. 그는 네 차례 경찰에 체포됐는데 그중 한 번은 총격전을 벌이다 경찰이 쏜 총 6발을 맞고 죽을 고비를 넘겼다. 감옥 에선 두 차례 땅굴을 파 탈출했다. 하지만 다시 붙잡혀 모진 고문을 견뎌야 했다. 당시 우루과이에선 '콘도르 작전'이라는 이름으로 좌파 인사 탄압이 한창이던 때였다. 14년간의 감옥살이를 마치고 1985 년 출소한 뒤, 1989 년 진보정당을 만들어 정계에 입문했다. 그리고 2009 11 월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는 대통령궁을 마다하고 교외 허름한 농가에서 소박한 생활을 하고 있다. 작년에 그 집을 찾아가 인터뷰한 영국 가디언지()는 외관을 이렇게 묘사했다. "단층집은 나뭇잎으로 반쯤 가려져 있고, 겨울비가 군데군데 흔적을 남긴 회반죽 벽이 양철 지붕을 떠받치고 있다."

  재산 목록에 기재된 전 재산은 농기구 몇 개, 트랙터 두 대, 28 년째 손수 몰고 다니는 연한 하늘색의 1987 년형 폴크스바겐 비틀이 전부다. 작년 6 월 볼리비아에서 열린 개발도상국 그룹 G7 정상회의 기간에 한 아랍 부호가 이 유명한 자동차를 100만 달러에 사겠다고 제안했지만, 그는 이 제안을 거절했다.

  매달 받는 월급(1300만원)의 약 90% 는 사회복지 단체와 소속 정당에 기부한다. 그는 회의 석상이나 여러 인터뷰에서 "나는 가난한 대통령이다. 하지만 내 마음은 절대 가난하지 않다. 삶에는 가격이 없다"라는 말을 자주 하곤 한다.

  무히카 대통령은 재임 기간 5 년 동안 정치적으로도 많은 변화를 꾀했다. 마리화나를 합법화하고, 낙태를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동성(同性) 결혼도 인정했다. 하지만 작년 6월 브라질 일간 에스타두 지 상파울루 인터뷰에서 그는 "그 어떤 것도 빈곤과 싸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빈곤을 줄이고 노동 기회를 늘린 점을 자신의 가장 중요한 성과로 들었다. 그의 재임 기간 중 노동자 최저 임금은 50% 인상됐다.

  앞으로 한 달여 남은 대통령 임기를 마치면 그는 상원의원으로 돌아가게 된다. 무히카 대통령의 현재 지지율은 2009 11 월 대선 투표 당시 득표율 (52%) 보다 높은 65% .

  이러한 무히카의 이야기는 한국의 정치인들이 생각해 봐야 할 여지를 남기고 있다. 대부분의 대통령들이 현직에 있을 때 누리는 기득권도 모자라 퇴임을 맞이할 때는 자신의 집 주위를 사서 넓게 확장하기도 하고, 좋은 땅을 불법 매입하여 거창한 집을 지으려다 여론의 뭇매와 함께 포기하는 사례를 생각해 보면 무히카의 행동이 얼마나 존경스러운지를 짐작하게 한다.

  세상에서 가장 부자가 누구일까? 이는 당연히 예수님이시다. 그 분은 천지의 창조자이시고, 소유자이시고, 관리자이시다. 어느 인간이 그처럼 모든 것을 가질 수 있겠는가? 그러나 그분은 이 세상에 오셔서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다라고 고백하셨다. 제자들을 훈련 시키시는 가운데 변화산 에서의 살을 에이는 듯한 찬 바람과 광야에서의 뜨거운 열 사 속에서도 인류 구속을 위한 작업을 위해서 피곤한 몸을 녹여줄 쉴 곳이 마땅치 않는 경우도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무히카는 세상의 눈으로 보았을 때에는 현직 세계의 대통령 가운데에는 가장 가난한 대통령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가 자신의 나라 백성인 빈곤충을 위해 살고 있는 삶은 가장 부자인 대통령으로 추앙 받기에 충분하다. 기득권 속에서 심취해 사는 정치인들과 종교인들 그리고 갑을 관계에 있어서 갑을 유지하기 위해 발 버등 치는 사람들이 무히카로부터 삶의 교훈을 얻기를 바란다.

2015111교회연합신문 선교 칼럼 기고

'선교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리아로 간 한국의 젊은 이  (0) 2020.04.08
복음의 가정을 이루는 한해  (0) 2020.04.08
새해에 드리는 기도  (0) 2020.04.08
중앙아시아의 선교 제언  (0) 2020.04.08
땅콩 서비스와 갑을 관계  (0) 2020.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