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실버 미션 제안

2022. 2. 23. 09:48선교학 강의

교회의 실버 미션 제안

조귀삼 교수(한세대 선교학)

1. 실버 미션의 정의

은퇴를 고려 중이거나 이미 은퇴한 신실한 기독교인 가운데, 여생을 하나님께 바치기 위해 선교지를 찾아 복음을 전하는 실버 선교사들이 늘어가고 있다. 그들은 축적된 전문적인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현지 선교사들을 위한 협력자나 조언자의 역할을 할 뿐 아니라 단독 사역을 하기도 한다.

필자가 실버 미션이라는 주제를 논하고자 하는 것은 이미 노인문제가 한국 사회에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매스컴을 통해 2050년에는 한국의 고령화가 세계의 최고 수준이 될 것이라는 통계자료가 발표되기도 하였다.

오늘날 산업화, 도시화로 표현되는 현대화 과정에서 가족구조의 변화와 가치관생활양식의 변화가 나타나면서 다양한 노인문제가 파생되었다. 의약과 건강산업의 발달로 인해 1세기 전과 비교해 인간의 수명이 많이 연장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 비해 날로 증가하는 노인인구를 산업화의 동력으로 활용해 삶의 질을 개선하는 작업은 요원할 뿐이다. 따라서 나날이 늘어나는 노인인구는 사회 경제적 차원에서 또 다른 문제를 낳게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인문제는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점점 노령화되어가는 한국 사회에서 노인 문제는 단순한 복지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하나님의 사람으로서 평생 주님을 섬겼던 성도들이 인생을 마무리하기 전, 특별한 사역을 통해 주님을 더욱 가까이 만날 수 있도록 하는 것 역시 한국교회의 과제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은퇴 이후, 급속히 무너져 가는 노인들의 문제를 살펴보고 인생에서 가장 귀하고 값진 선교사로서의 방향 전환을 위한 실버 미션을 제안하고자 한다.

2. 노인의 4 중고(重苦) 4 중고(重苦)와 실버 미션의 필요성

노인문제라면 보통 4()로 표현된다. 빈곤, 질병, 역할 상실, 그리고 고독 이 네 가지다. 노인이 되면 이 네 가지 중 적어도 하나 이상의 문제를 안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이것을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간주한다는 것에 더 큰 문제가 있다. 즉 노인이 되면 으레 겪는 것이려니 생각하고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노인 문제는 보통 복합 위기로 이해된다. 복합 위기란 몇 가지 위기 상태가 동시에 존재하는 것으로, 한 문제의 해결책이 노인 생활 전체의 개선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1) 경제적 빈곤

우리나라 노인들이 맞닥뜨리는 가장 큰 걱정은 경제적 빈곤이다. 경제적 빈곤은 노인들이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사회적 지위를 저하시킨다.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사람은 65세 노인 인구 중 약 10%밖에 되지 않는다. 더욱이 아직 사회보장제도가 충실하지 못해 우리나라 노인의 재정난은 매우 심각한 것으로 판단된다.

은퇴 이후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선교사역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노년의 경제 전략 설계를 도와줄 필요가 있다. 즉 은퇴 이후 선교사역을 하기 위한 경제적 계획을 젊은 시절부터 준비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러한 전략은 은퇴 이후 연금이나 기타 수입을 재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는 것에서 시작된다. 필자가 필리핀에서 사역을 할 때 독일인들이 자신의 연금을 가지고는 독일에서 살 수는 없지만 생활비와 주거비가 저렴한 필리핀에서 효과적으로 생활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국내에서 과다한 지출로 어려움을 겪기보다는 생활비가 저렴한 국가를 선교지로 선택해, 사역과 함께 노년의 삶을 영위하는 것도 하나의 지혜라 판단된다.

2) 가족 변화와 가족기능의 약화

핵가족화로 인한 가족의 변화와 기능 약화 역시 다양한 문제들을 표면화시키는 원인 중 하나이다. 노인과 가족 간의 불화 문제는 종종 사회 문제로 확대되기도 한다.

최근 발생하는 노인의 문제는 한국 현대사의 아픔과 함께 하고 있다. 대부분의 노년층은 625 전란과 보릿고개, 516 군사혁명 등의 사회의 질곡 속에서 자유를 억압받고 숨죽이며 삶을 살아왔다 나아가 핵가족화로 말미암아 자식들에게마저 소외당하는 노인들이 늘어나면서 사회적인 이슈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을 극복하고 새로운 삶의 개척을 하도록 돕는 것이 실버 미션이라 할 것이다.

3) 역할 상실의 문제

은퇴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역할 상실을 경험하게 된다. 역할이란 개인이 그가 속한 사회와 관계를 맺고 사회에 참여하는 수단으로, 개인은 이 역할을 통해 자아 정체감을 형성하고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게 된다.

남성들의 역할 상실은 주로 퇴직과 함께 나타나고 여성들은 주로 가사권을 며느리에게 넘기거나 자녀들을 다 출가시키고 빈 둥지에 남게 되었다고 느낄 때 나타난다.

필자는 은퇴 노인에게 역할 상실이 많은 정신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 은퇴 전까지는 가장이자 경제 수여자로서 중추적 역할을 감당하다가 은퇴와 함께 이러한 중요한 역할을 상실하면서 오는 자기 극복은 노년층에게 크나큰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결국 은퇴 이후의 삶을 열정적으로 투여할 수 있는 대상을 만들어주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과 대안 중 하나가 사회 봉사 활동이나 선교라는 것이다.

4) 고독감의 문제

산업 사회는 노동력과 생산성, 노련한 기술, 고도의 지식 등 능력을 중요시하는 사회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은퇴 노인은 소외될 수밖에 없다. 현대사회 속에서 일어나는 고속화, 고층화, 자동화는 젊은이들의 편리성에만 초점을 맞추었고 적응성이 낮은 노인에 대한 배려는 거의 없다. 따라서 도시는 노인들이 살아가고 생활하기에 점점 더 불편한 공간이 되고 만다.

사람은 다른 사람과 존재하며 의미 있는 인간관계를 맺을 때 삶의 보람을 느끼게 된다. 소득과 건강 문제가 대두되고 역할 상실을 느끼면서 주위 사람들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맺지 못할 때, 노인들은 고독해질 수밖에 없다. 주위 사람들과 인격적인 교제가 힘들어지면서 혼자 있는 시간이 증가하게 되면 노인은 사회와 단절되고 결국 사회적 주변인으로 전락하게 된다. 고령이 될수록 고독은 심화된다. 서로 깊은 마음을 주고받던 배우자나 친구들도 하나둘씩 주위에서 사라지면서 고령 노인의 사회적 고독과 심리적 고독은 상승작용을 일으킨다. 가장 고독한 시기에 친근한 말로 위로와 격려를 해줄 벗이 없다는 것이 고령노인의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실버 미션이다. 인간은 삶의 뚜렷한 목적이 주어질 때에 고독감을 떨칠 수 있기 때문이다.

3. 전문인 선교사역자로서의 실버 미션

은퇴한 사람들은 어떤 의미에서는 자신의 분야에서는 전문가라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전문인이란 어떤 일을 전문적으로 하거나 그런 지식이나 기술을 가진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선교학자 허버트 케인은 전문인 선교사란 해외에 나가서 일을 하되 자신의 직업을 통한 일반적인 부르심을 개인적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증인이 되어 복음을 전할 기회를 삼는 헌신적인 그리스도인이다라고 말한다.

전문인 선교사를 일반적으로 호칭할 때에 다양한 명칭으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첫째는 텐트 메이커(Tentmaker)다.(Tentmaker)다. 이는 사도행전 183절에 근거하여 사도 바울이 선교여행 가운데 자급자족하기 위해서 천막(그물)을 만드는 일에 수종 들면서 사역을 하였던 것에서 유래된 유형이다.

두 번째는 직업 선교사(Biovocational missionary)이다. 이는 세속적인 직업을 가지고 생활을 하면서 하나님의 선교사역을 감당하는, 두 가지의 삶을 동시에 병행해 나가는 사역자이다.

세 번째는 자비량 선교사(Self-supporting missionary)이다. 이는 자신의 생활비와 사역 경비를 직접 벌면서 사역을 감당하는 사역자이다.

마지막 네 번째는 평신도 선교사(lay missionary)이다. 이는 신학 공부를 마치고 선교현장에 투입되는 전문 선교사나 목회자와는 구분되는 평신도 신분의 사역자를 지칭한다. 위의 네 가지 유형들을 살펴보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실버 미션의 주체인 은퇴자들은 전문인 선교사로서 자질을 갖춘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다.

4. 실버 미션의 유형과 전략

실버 미션의 유형은 다양하지만 이번 호에서는 간략히 세 가지 유형을 제시하고자 한다.

1) 의료 사역

의료시설이 부족하고 인술이 필요한 곳에서 직접적으로 활동하는 경우를 말한다. 오늘날에도 선교지에서는 병든 육신을 치료해 달라는 요구가 수없이 많다. 육신의 치유는 영혼 구원을 위한 접촉점의 수단이며 선교사가 선교지역에서 환영받는 계기를 가져온다. 한국 역시 선교 초기에 의사인 알렌에 의해서 효과적으로 복음이 착근되었다. 현대 선교 역사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사람으로 슈바이처를 꼽을 수 있다. 슈바이처는 아프리카의 오지에서 인술을 베풀며 선교의 꽃을 피웠다. 뿐만 아니라 선교 동역화에 기여함으로써 서구 사람들이 세계 선교에 눈을 뜨게 만들었다.

한국인으로 현재 네팔에서 사역하고 있는 강원희 선교사의 삶은 우리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성경은 영혼 없는 몸이 죽은 것 같이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이니라"(2:26)라고 우리에게 말씀하신다. 8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 왕진가방을 둘러메고,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것을 참아가며 히말라야를 오르는 할아버지 의사가 바로 네팔의 강원희 선교사이다. 함경북도 성진이 고향인 강 선교사는 한국전쟁이 나고 14 후퇴 때 피란 내려와 전쟁의 비참함을 경험하며 평생 아픈 사람들을 위해 살겠다고 다짐했다. 의대에 진학한 그는 슈바이처 전기를 읽고 감동을 받아 틈만 나면 무의촌 진료를 다녔다. 병원 개업 후 손님이 차고 넘쳐 돈도 많이 벌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가슴 한편이 허전했던 그는 병원을 정리하고 48세의 나이에 의료선교사로 나섰다.

세브란스 출신의 제1호 의료선교사인 그는 네팔,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에티오피아 등을 거쳐 다시 네팔로 돌아와 헐벗고 굶주린 이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고 있다. 남편의 이발을 도맡는 간호사 출신의 최화순 사모와 함께 사역을 감당하고 있는 이들은 30년을 오지에서 보냈다. 이들은 아픈 몸만 치료해주는 의사가 아니었다. 마음에 분()이 가득한 현지인 아주머니들에겐 웃음이라는 보약을 처방했다. 두려움에 가득 찬 아이들에게 칭찬의 한마디로 마음을 풀어주었다. 지금도 하루 종일 150명이 넘는 환자들을 진료하고 나면 오른팔에 통증을 느끼게 된다는 강 선교사는 그렇게 아픈 순간에도 "내가 손을 못 쓰면 어떻게 치료하나"라며 자신보다 현지의 주민들을 더 먼저 생각하는 귀한 사명을 감당하고 있다.

2) 교육 사역

은퇴자들이 도전해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분야는 현지인 교육을 비롯한 선교사 자녀들을 위한 MK 학교 사역이다. 교육은 선교 운동의 필수적인 부분이다. 주님의 지상명령인 마태복음 2818-20절을 보더라도 가르쳐 지키게 하는 것은 선교사의 당연한 사역이다.

허버트 케인은 현대 선교 초기에 미션 스쿨은 사역지에서 좋은 명성을 얻었다고 말했다. 첫 번째 이유는 학문의 수준이 높았고 교수 방법도 좋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부모들이 인격 훈련에 강조를 두는 것에 높은 점수를 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 번째 이유는 서양의 교육, 특히 영어 교육은 높은 지위를 얻는 것과 해외여행의 수단으로써 유용하게 사용되기 때문이다.

19세기와 20세기에 서양 선교사들이 교육을 책임져왔다면 이제는 한국의 교육자들도 밖으로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한국의 교육은 이미 세계 속에서도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통령 오바마는 틈만 나면 한국의 교육 제도와 시스템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교육의 노하우를 다른 국가에 전수한다고 했을 때, 싫어할 국가는 별로 없을 것이다.

특히 동남아의 한류 열풍은 한인 교육자들에게 매우 좋은 환경을 제공해 준다. 한글을 배우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캄보디아 등의 국가에서는 한국어 학당이 젊은이들 사이에 매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환경은 은퇴한 교사들이 도전해볼 만한 사역의 기회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은퇴를 앞두고 있는 믿음의 교사들이라면 해외 선교지에서 고생하며 사역하고 있는 선교사들의 자녀 교육을 돕는 MK 학교에 지원하는 것도 매우 도움이 될 것이다. 필자의 자녀도 필리핀 마닐라의 한국 아카데미 학교에서 공부하였는데, 지금도 다소 아쉬운 점은 마땅한 교사를 확보하지 못해 선교사 자녀들이 국내 교육의 모든 교과목을 수강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특히 은퇴한 교사라면 자신의 경험과 이력을 살려 선교지에서 교육 사역에 헌신했을 때 더욱 귀한 열매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3) 게스트 하우스(Guest house) 운영

실버 세대에 도전해보고자 하는 사역 중 선교지에서의 게스트 하우스 운영이 있다. 게스트 하우스 운영이라고 해서 숙박을 제공하여 돈을 모으라는 의미가 아니다. 선교사역을 효과적으로 돕는 선교기관을 의미한다.

선교지에서 이동과 숙박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값비싼 숙박비용은 모금으로 살아가는 선교사들에게는 다소 벅찬 지출이 되곤 한다. 뿐만 아니라 선교지 대부분이 안전에 취약한 경우가 많아, 선교사들이 거주 이동을 할 경우 안전하게 머물다 임지로 투입되는 과정에서 효과적으로 섬기는 기관이 필요하다. 그 대표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Action guest house mission을 들 수 있다. 이곳은 캐나다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세계 각국에 지부를 두면서 운영하고 있는 기관이다. 필자도 필리핀에서 사역하는 동안에 사역지인 바기오에서 마닐라에 업무가 있어서 올 때는 그 기관을 많이 이용하였다. 잠자리와 식사 그리고 운송 수단을 효과적으로 제공해 주는 그들의 사역에 고마움을 느낄 때가 많았다. 몇 년 전, 캐나다 에드먼턴을 방문하였을 때에 그 기관의 총재를 만나서 교제를 나누면서 사역에 대한 많은 정보를 나누었던 기억이 있다. 이처럼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면서 선교사들의 사역을 돕는 것도 실버 미션의 한 사역 유형임을 말하고 싶다.

나가는 말

필자는 오늘 실버 미션의 당위성에 대해서 논증하였다. 선교하는 기쁨은 인간으로서 최고의 기쁨이다. 하나님의 부름을 받기 전에 누구든지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