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3. 23. 17:13ㆍ선교칼럼
선교사의 탈진
조귀삼(Ph.D, 세계로 선교연구원 원장)
선교사의 탈진이란 용어 자체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른다. 왜냐하면 선교사에 대한 이미지는 항상 성령 충만하여 독수리가 날개를 치며 하늘로 올라가는 것과 같은 삶을 연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따지고 보면 보편적인 신앙생활을 하는 성도들보다도 선교사들은 사역 가운데에서 손쉽게 탈진 상태에 이르게 된다.. 선교사의 탈진 상태를 필자의 관찰력 속에서 몇 가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선교사는 타문화권에서 사역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문화적인 갈등에서 오는 경우를 들 수 있겠다. 문화란 어떤 집단이 오랫동안 가져왔던 삶의 정형화된 관습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따라서 선교사는 선교지에 도착하여 그들의 환경 속에서 적응하여 나아가는데 많은 갈등을 겪게 된다. 이와 같은 갈등이 심화되어 회복되기 어려운 상태에 이를 때에는 심각한 탈진 상태를 경험한다.
둘째는 사역 속에서 오는 탈진 상태이다. 선교사는 사역이 오랫동안 지속될수록 많은 것들이 요구된다. 즉 인사를 관리하여 사역을 일으키는 일에서부터 선교지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서 대처해 나아가야 하는 어려움, 그리고 사역이 증대될수록 더욱더 소요되는 사역비 모금 등에서 오는 어려움들이 쌓여서 탈진을 이루는 경우가 있다.
셋째는 내부적인 갈등이다. 이는 선교사의 가족들 속에서 오는 갈등이다. 미혼 선교사들이야 혼자만의 삶이지만 가족을 거느린 선교사는 부부간의 이견 속에서 오는 갈등, 자녀 문제 속에서 오는 갈등, 가족들의 건강의 어려움 속에서 오는 갈등들이 모아져서 매일의 삶에 충격으로 쌓일 때에 선교사는 탈진 상태를 경험하게 된다.
필자의 이와 같은 관찰은 비단 선교사님들의 문제뿐만이 아니라, 국내의 목회자를 포함한 모든 사역자들, 그리고 사람이 사는 모든 인생역경 속에서 겪는 과정일 수도 있다. 그러함에도 선교사가 경험한 갈등은 어떤 경우보다도 회복이 쉽지 않은 탈진이라는데 그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일 예로 필자는 최근에 심각한 탈진 상태에 있는 선교사와의 만남을 가졌다. 만나면 만날수록 한계적인 상황 가운데에서 선교의 아픔만 더해 가는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 이 선교사는 동남아의 T 국에서 12년 동안 선교를 하였다. 모든 사역에 성실하고, 열심이었지만 자녀의 교육과정 속에서 심각한 문제를 경험하고 있다. 이들 선교사의 자녀는 한인 교육 기관이 없는 나라였기 때문에 국제학교(International School)에서 교육을 받게 되었다. 교육이 더해질수록 피부색과 일상 언어는 한국인이며 한국말이지만 가치체계와 습관은 이미 서구화가 되어 버림으로써 부모와의 심각한 갈등상태에 이르러버렸다. 부모의 어떤 조언과 말도 이미 서구화 되어버린 자녀의 마음속에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처지가 되어 버렸다.
이들 부부의 기도제목과 아픈 마음들을 보면서 선교사 탈진의 진면목을 보게 되었다.. 이와 같은 문제는 사실 선교사 탈진의 빙산의 일각밖에 되지 않는다. 이제 우리는 선교사가 가진 구조적인 문제들에 대해서 함께 기도하며 호흡하면서 탈진의 문제를 풀어야 할 시간이다.
2002년 8월 “교회연합신문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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