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환자촌의 선교

2020. 3. 23. 17:09선교칼럼

나 환자촌의 선교

조귀삼(Ph.D. 세계로 선교연구원 원장)

  지난주간에는 특별한 선교사님 한 가족과 교제를 나누게 되었다. 그들 가족은 이곳 필리핀 지역의 나 환자촌에서 사역을 하는 분들이다. 대화가 무르익어 갈수록 나 환자들이 지닌 신앙의 순수함과 주님 사랑의 열정에 얼마나 많은 감명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그리고 어려운 환경 가운데에서도 열심히 사역하는 선교사님 가정에 하나님의 축복이 듬뿍 내려지시기를 기도하는 시간이었다.

  필자의 고향은 전라남도 고흥군이다.. 그곳에 소록도라는 나 환자들의 집 산촌이 있다. 조그만 섬이기 때문에 외부의 발길을 차단할 뿐만 아니라 환자들이 섬을 벗어날 수 없도록 치료와 감호를 겸하고 있는 곳이다. 중학교에 다닐 때의 일이다. 한번은 수학여행을 그곳으로 가게 되었다. 소록도 밖에서 처다본 그 섬은 지극히 평온하고 아름다운 곳이었다. 그러나 배를 타고 소록도에 도착하여 환자들을 만났을 때 여린 나의 마음이 얼마나 놀랬는지 공포 그 자체였다. 코가 없는 얼굴들, 손마디의 모든 신경이 다 죽어서 손가락이 없는 손, 문들어진 발가락 등등. 어린시절의 공포가 뒤바뀐 계기는 전남 여수의 애향원을 방문하면서부터였다..

  애향원은 손양원 목사님의 두 아들인 동인이와 동신이가 한국전쟁 때에 순교를 하였고, 그들을 죽인 사람을 양 아들로 삼아서 목사를 만들었다는 유명한 사랑의 성지이다. 필자는 CCC운동을 하면서 해마다 5월 어버이날에는 그곳을 찾아서 그곳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음성 나환자 교우들과 교제를 나누며 기도를 나누었던 기억이 있다. 사실 그들은 평생을 그곳에 살면서 자신의 신앙뿐만이 아니라 중보 기도를 통해서 한국 교회의 영적 지도자들의 영성이 식지 않도록 기도해 주는 곳이다.

  그곳에서 신앙생활을 하시는 양재평 장로님이 한 번은 여름수련회의 강사로 초빙이 되어서 간증을 하신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양 장로님은 젊은 나이에 문둥병이 들어서 가족과 친구를 등지고 평생을 살아온 사람이다. 그가 간증 하기를 세상의 어떤 사람보다도 나는 행복하다. 왜냐하면 평생을 앞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세상의 죄악 된 것들을 보지 않고 주님만 처다 보면서 살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비록 육신은 신경이 죽어가면서 문 들어지고,, 떨어져 나가 세상을 볼 수 없을 만큼 무서운 병이지만 영적인 생명력은 더욱 힘차게 자라서 세속에 물들어 하나님을 바로 쳐다보지 못하는 많은 영혼들을 깨워 가는 모습이 놀라운 하나님의 공평하신 은혜라고 생각되었다.

  이곳 필리핀의 참으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 날마다 술과 싸움과 미래의 소망이 없이 소일하는 그들을 향해서 주 예수 그리스도만이 참된 생명이라고 복음을 증거 하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 한국 선교의 미래를 볼 수 있었다. 이 선교사님 부부는 나 환자촌에 선교센터를 건축하여 사역자들을 훈련시켜 파송하는 일을 하는 선교사이다. 놀라운 것은 한국의 소록도의 늙은 성도가 40여 년 동안 평생 모은 돈을 이곳 선교지의 나 환자들의 선교를 위해서 선교센터에 헌금하였다는 아름다운 이야기도 나누었다. 늦은 밤 깊어가는 대화 속에서 주님의 선교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 가슴이 뭉클한 감격이 온몸을 전율시켰다..

20028교회연합신문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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