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美人)들과 핵

2020. 3. 26. 14:14선교칼럼

미인(美人)들과 핵

조귀삼(세계로 선교연구원)

  지난 10월 한달 동안 우리는 참으로 흐뭇한 시간을 가졌다. 이름이 별로 생소하지 않은 만경봉호를 타고서 나무꾼에게 하늘의 선녀가 나타나듯이 미인들이 나타났었다. 필자를 비롯한 남한의 모든 사람들에게 관심을 끌었던 것은 우리가 가졌던 전통적인 이미지를 하루아침에 바꾸어 버렸던 것이었다. 사실 우리의 최근 대북의 이미지는 식량란과 전기, 그리고 물자 부족과 폐쇄적인 지역으로서 낙인찍혔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미인들의 등장은 하루아침에 이미지 메이컵이 되어버렸다.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북한의 미녀들, 아름다운 몸동작,, 상긋한 미소, 그리고 순박한 얼굴들이 부산의 아세안 경기장을 누볐기 때문이었다. 국내의 모든 매스컴과 눈들은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에 관심이 집중되었고, 필자도 늦은 저녁 경기소식과 함께 볼거리 가운데 하나로써 즐겨 시청하였다.

  짧은 시간이 지나면서 아세안 경기가 끝나고, 그들이 타고 온 만경봉호는 되돌아갔다. 그들이 떠나던 날 부산의 앞 바다는 나무꾼이 선녀를 보내 버리는 듯한 감정들인 것 같았다. 물살을 가르고 떠나보내는 실향민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고, 밤을 새워 가면서 아코디언을 연주하던 손길도 볼 수가 없게 되었다. 대한민국의 남녀 노소 모두가 생각해도 아쉬움뿐이었다. 어느 대중 가수가 노래했듯이 “...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아무리 불러 보아도 다시 올 수 없는 길을 떠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감상적인 분위기는 잠시였다. 어떤 의미에서는 만경봉호가 삼팔선을 넘는 그 순간 우리는 또 한 번의 충격적인 뉴스를 접했다. 그것은 거대국가인 미국으로부터 불어온 정말로 차가운 소식이었다. “북한의 핵 개발 추진...” 일순간 우리의 시선은 멍하니 허공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고, 주체할 수 없는 묘한 감정들이 우리를 엄습해 왔다.

  크게 기대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무엇인가 이루어질 것 같은 분위기였는데..., 사랑할 수 없지만 그래도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한반도는 또다시 요동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여기저기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말하기를 그러면 그렇지...”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세계의 열강들을 마치 고양이가 쥐를 잡아놓고 놀리듯이 부정적인 뉴스들을 쏟아 내는 모습을 보게 된다. 불쌍한 우리조국! 시어머니를 모신 새색시의 시집살이처럼 말한 마디 제대로 못하고 살아왔는데, 또 한 번 우리의 잘린 허리가 난도질당하게 생겼다.

  지금 우리는 참으로 어려운 시간을 맞이하고 있다. 국내의 정치적인 상황은 어떤가? 보수와 진보는 각자의 논리로 이러한 상황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지역감정의 늪은 또 어떤가? 전라도와 경상도를 누가 갈라놓아 놓았는가?? 어쩌면 눈이 가려진 군중만 사실을 직시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라고 말함이 타당하다. 우리의 속담에 정말 좋은 고사성어가 있다. 이는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신자들은 두 눈을 부릅뜨고 현실을 직시해야 하겠다. 질긴 삽겹 줄은 누구도 끊을 수 없다. 우리는 얼마나 질긴 민족인가. 눌러도 번져만 가는 순()과 같은 우리가 아니던가. “우리는 하나라고 서로가 말하지 않았던가.

  이제 필자는 점잖게 북한 당국자들을 꾸짖고 싶다. 북한의 당국자들도 조심해야 할 것이다. 쓸데없이 호기를 부리기보다는 21세기 역사 앞에 순응해야 하겠다. 핵이라는 무서운 것들을 민족의 공존 앞에 내어놓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야 부산에서 웃었던 해맑은 미소의 어린 소녀들이 무서운 장화 발굽과 높은 코쟁이의 밥이 되지 않을 것이다. 필자는 이제 글을 마치고자 한다. 참으로 어려운 시간이 되었다. 핵의 그림자 속에서 미인들의 미소가 계속 한반도에 유지되기를 기대한다.

200210교회연합신문 토요 시평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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