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3. 27. 10:29ㆍ선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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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귀삼(한세대 선교학 교수)
필자의 가족은 선교사로서의 삶을 항상 추구하며 살았다. 지금은 국내의 저명한 대학의 조교수로서 선교학을 강의하면서 제자들을 양성하고 있지만 선교현장이 나를 기다린다는 마음으로 오늘을 살고 있다. 따라서 집사람이 해외 선교사역을 헌신하고자 할 때에 그를 필리핀으로 파송하여 선교사로서 약 4년을 섬기도록 하였다. 집사람이 필자와 결혼을 할 때에 나의 신분이 선교사이기 때문에 결혼을 하였고, 평생에 한번은 선교사로서 해외 사역을 열망하였기 때문에 비록 기러기 아빠가 되어 밤하늘에 뜨는 달을 보고 애처롭게 울부짖기도 했지만 선교지인 필리핀을 섬기도록 하였다.
우리 부부의 기도 가운데에도 그동안에는 큰 문제없이 주어진 일을 잘 감당하였다. 집사람은 필리핀 북쪽에 있는 바기오라는 지역에서 2년 반을 사역하였다. 특히 김치 미니스트리를 통해서 주변의 현지인 부인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기도 하였다. 바기오 사역을 마친 다음에는 마닐라로 옮겨서 한국 아카데미라는 선교사 자녀 학교에서 도서관 사서로서 헌신하였다.
이토록 열심히 사역을 하던 아내로부터 지난 1월말 급한 연락을 받았다. 비자(Visa)가 두 번씩이나 거부되더니 급기야 추방명령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 가족은 집사람만이 그곳 선교지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네 명의 자녀까지 기거했기 한 번의 이동이 쉬운 것이 아니다. 즉 비행기 값을 포함한 경제적인 손실은 물론 추방이라는 용어 속에 숨어있는 정신적인 쇼크까지 감안하면 감내하기 힘든 감정을 숨길 수 없다.
결국 필리핀 정부의 추방 결정과 함께 우리 가족은 모든 짐을 싸들고 허겁지겁 지난 1월 29일 귀국을 하게 되었다. 다급한 나머지 옷가지도 제대로 챙기지 못해서인지 여름옷과 샌들을 신고 귀국 장에 나타났다.
사실 선교사들이 추방을 당하는 경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어쩌면 세상의 제도권 가운데에서 가장 보호를 받지 못한 사람들이 선교사 일 것이다. 그들은 세속적인 힘이나, 경제적인 힘이 없기 때문에 선교지의 정치적 상항에 따라서 가장 먼저 희생을 당하는 것이 선교사들이기 때문이다.
지난해의 일로 기억된다. 중동의 어느 지역에서 선교를 하고 있던 간호사가 무슬림의 공격을 받아서 순교당하였던 일이 생각났다. 순교의 땅 병원에서 그들 민족의 죽어 가는 사람들을 위해서 온 몸을 던져서 자신을 헌신하는 사람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죽이는 것인지...
오늘도 탈북자들을 돕다가 중국의 지하 감방에서 추방을 기다리며 추위와 싸우고 있는 선교사님들, 무슬림 지역에서 소리 없이 영적 전쟁을 수행하는 선교사님들이 안전하게 사역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필자는 필리핀에서 철수한 가족들의 뒤처리 때문에 무척 바쁘다. 가족들이 살아갈 집을 구하기 위해서 몇 주일을 소비하고 있고, 자녀들을 교육시킬 학교관계의 일을 보느라 쉴 틈이 없다.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있다. 그러나 선교의 자그만 아픔을 통해서 먼 흣날 주님을 만나게 될 때 그래도 할 말이 조금 있어서 오히려 기쁨이 된다.
2005년 9월 “교회와 연합신문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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