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의 유산

2020. 4. 2. 11:58선교칼럼

선교의 유산

조귀삼 교수(한세대 선교학)

  인간의 삶의 족적을 더듬어 볼 때에 가장 아름다운 것이 있다. 이는 자신이 후손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유산을 남겨 주었느냐이다. 초대교회의 위대한 신학자인 바울은 우리에게 이방인 선교를 남겼고, 윌리암 케리는 현대 선교의 아버지라는 유산을 남겼다. 현대 한국 교회가 재정과 교회의 목회권 이양 속에서 대중들로부터 복음이 외면되는 상황 속에서 필자는 지난 호에 이어서 하용조 목사가 남긴 신앙의 유산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지난주에 양재동에 있는 온누리 교회를 찾았다. 하 목사님이 소천하신이 얼마 되지 않아서 인지 하 목사를 모형으로 된 그림 앞에서 기년 촬영을 하는 분들도 많았다. 교회의 입구에는 하 목사님의 저서인 나는 선교에 목숨을 걸었다가 수없이 판매되고 있었다. 성도들은 영적 지도자를 먼저 보낸 충격에서 이제는 서서히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도 보였다..

  예배 시간이 되어 사랑 성전에 자리를 잡고 2부와 3부 예배를 참석하게 되었다. 설교하신 목사님의 말씀을 포함한 대부분의 순서 담당자들이 하 목사님의 유지를 잘 받들겠다고 다짐하였다. 특히 예배 기도를 담당하신 장로님은 사도행전 29장을 우리가 써 내려감으로 천국에 계시는 하 목사님을 뜻을 이어 가자는 기도도 하였다. 장로님의 이러한 기도가 신학적으로 옳고 그름을 넘어서 선교의 열정과 함께 평소에 성도들을 가르치셨던 하 목사님의 유산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하 용조 목사님이 남긴 우산은 무엇일까? 필자는 온누리 교회에서 발행하는 신문에 기고된 추모 메시지의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네팔에서 선교사역을 감당하는 김영미 선교사는 아름다운 선교사의 소명 이어 가겠습니다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사랑하는 목사님. 그리운 목사님. 생전에 늘 나는 선교에 목숨을 걸었다는 삶과 헌신의 고백으로 저희에게 한번 주어진 생명을 가지고 요긴하게 살 수 있도록 가르쳐 주시고 이끌어 주신 열정과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저에게 영적인 아버지로, 든든한 목자로, 믿음의 선배로 늘 선한 영향력을 주셨으며, 선교에 대해 끊임없이 도전을 주셨습니다. 목사님께서 가르쳐 주신대로 저도 부르신 곳에서 복음을 영화롭게 하고, 사람을 살리고 세우는 아름다운 선교사로 살아가겠습니다. 예수님처럼, 목사님처럼 그리고 그 옛날 조선의 목음을 위해 내게 천개의 목숨이 있다면 천 개의 목숨을 조선을 위해 바치겠습니다 라고 고백한 루비 케드릭 선교사처럼 살다가 주님이 부르시는 날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천국에서 뵙겠습니다. 목사님 때문에 행복했던 것처럼 누군가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고 떠날 수 있는 인생이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성경은 인간의 삶에 대해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모든 사람이 죄를 지었으므로 사망이 모든 사람에게 이르렀느니라.” 그렇다! 사람은 누구나 죽음의 지향점을 빗겨 갈 수 없다. 어쩌면 솔로몬 왕이 우리에게 준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해 아래서 수고하는 수고가 사람에게 뭣이 유익한고?”의 메시지처럼 인간은 왔다가 무엇인가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다가 시간 속에서 주님의 부름을 받게 되어 있다.

  삶의 과정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후손에게 줄 수 있느냐에 따라서 그분을 평가하게 된다. 최근에 미국의 부호들은 회사의 주식을 포함한 재산을 가족에게 물려주는 대신에 사회와 필요한 단체에 기부함을 통해서 자신에게 주어진 축복을 나누는 모습을 보게 된다. 예를 들면 유명한 빌 게이츠 같은 사람도 그렇고, 워른 머핏 같은 분도 그렇다. 아름다운 기부 문화는 역사적으로 카네기 재단과 같은 기관을 통하여 인류애의 실천과 아울러 지구촌의 어려움을 함께 해결해 가는 유산을 우리에게 남긴 모습을 보게 된다.

  한국교회가 지도력의 결핍으로 인해서 복음의 가치가 반감하는 현실 속에서 하 목사님과 같은 지도자를 잃어버렸다는 아쉬움이 가슴을 저려오는 감정을 숨길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에서 주저앉을 수만은 없다. 장로님의 기도처럼 사도행전 29장을 통해서 세계선교의 역사를 창조해 내야 하겠다. 그렇게 될 때에 하 목사님이 온누리 교회를 통해서 성도들에게 주었던 선교의 유산은 세계가 공유하는 귀한 보물로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201194교회연합신문 선교 칼럼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