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4. 4. 16:28ㆍ선교칼럼
필리핀 타 클로만에 희망을 주자!
조귀삼 교수(한세대 선교학)
필리핀의 타클로만은 레이테 섬 북동부 레이테 주의 주도이다. 1874년에 개항한 이 항구도시는 비사얀 제도 동부(레이테 섬과 사마르 섬)의 최대 도시이자 유통 중심지로서 길고 수심이 깊은 부두와 거대한 석유저장소, 공항시설을 갖추고 있다. 판매를 목적으로 한 어업에 치중하고 있으며, 삼·코프라·목재 등을 수출한다. 교육시설로는 성서(聖書)신학대학교(1946)와 레이테 기술전문학교(1966)가 있다. 타클로반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의 주요 병참기지였다. 1944년 10월 20일 미국의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이끄는 부대가 도시 남쪽의 레이테만 연안의 여러 지점에 상륙해 10월 21일 이곳을 점령했다. 그후 타클로반은 마닐라가 탈환될 때까지 필리핀의 임시 수도로 있었고 인구는 약 16여만명이다.
매우 아름다운 도심이 지난 보름 전에 강하게 불러 닥친 태풍으로 산산조각이 났다. 들려오는 보도에 의하면 이미 사망자가 5,000여 명 가까이 사망하였으며 앞으로 더 늘어나 1만 2000여 명이 숨지거나 실종될 것으로 알려졌다. 참으로 비극 중에 비극이다. 이번 태풍의 순간 최대풍속은 시속 378km로, 관측 사상 세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마디로 고속 열차보다 빠른 태풍과 함께 폭풍 해일이 주민들을 덮친 것이다. 선교사 가족 등 우리 교민들도 한때 연락이 두절되었으나 다행히 큰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지옥으로 변한 타클로반은 의약품이 없어 부상자 구호는 엄두도 못 내고 있고, 복구 인력도 장비도 턱없이 부족한 상태로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는 소식이다.
국제 사회는 이들의 비극 앞에 “희망”이라는 하나의 어휘 속에 뭉친 것 같다. 미국, 호주,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가 복구인력 파견과 생필품 및 구호기금 지원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우리 정부도 긴급 구호대 파견과 복구 기금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1949년 국교를 맺은 한국과 필리핀은 그야말로 피를 나눈 형제국이나 다름없다. 6·25 전쟁 때 필리핀은 미국과 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7420명의 지상군을 파견해 그중 112명이 이 땅에 고귀한 생명을 바쳤다.
사실 필리핀은 자원이 풍성한 곳이다. 자연자원은 물론 인적 자원도 많다. 특히 그들이 사용한 영어 때문에 세계의 모든 지역에서 필리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한때 필리핀은 아시아 부곡 중 하나로 1960년대에는 1인당 국민소득이 우리나라에 3배가 넘을 정도였다. 하지만 마르코스 일가의 축재로 말미암아 국가가 거덜 나 버렸다. 유명한 일화 가운데 마르코스의 부인인 이멜다 여사는 평소에 사용한 신발만 3,000여 켜레나 되었다. 필자도 말라카냥궁을 방문하여 그 신발을 보았다.
필리핀은 지금 한국과 한국교회의 도움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최근에 한국 정부가 500만 달러를 기부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에 그 돈은 그동안 필리핀이 우리나라에게 행한 일들에 비하면 너무 적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렇다. 필리핀은 우리가 국가적 위기가 있었던 6·25 전쟁 때에 유엔군으로 가장 신속히 달려와서 도왔던 나라다. 앞으로 전부는 나름대로 역할을 할 것이다. 이러한 기회에 한국교회는 힘으로 모아서 그들을 도와야 하겠다. 한국교회는 이전에도 지구촌의 재난상황에 적극 참여해 왔다. 과거 인도 대지진과 터키 대지진,, 중국 쓰촨 성 대지진과 후쿠시마 지진해일에 가장 앞장서서 선한 사마리아인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 한국교회이다.
선한 사마리아인이 되어 고난당하는 이웃을 돕기 위해 한국교회와 기독 NGO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은 분명 바람직한 일이다. 한 가지 바람은 교회와 기관을 통해서 모아진 기부금들이 바른 목적에 쓰여질 수 있었으면 한다. 만약 성도들이 십시일반 참여하는 헌금이 엉뚱한 사람들의 주머니와 배를 불리고 목적과 다른 일에 전용되는 일이 또다시 발생한다면 그들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일이 될 것이다. 필자는 필리핀 선교 시절에 피나투보 화산의 폭발 현장에 구호품을 전달하기 위해서 산지족을 만난 경험이 있다. 바른 마음과 바른 절차 그리고 올바른 분배를 통해서 그들의 고통에 바르게 동참하여 희망을 나누는 계기가 될 것을 기대해 본다.
2013년 11월 22일 “교회연합신문 선교 칼럼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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