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4. 4. 16:32ㆍ선교칼럼
김치 미션(Kim Chi Mission)
조귀삼 교수(한세대 선교학)
김치 미션이라는 말이 매우 생소하게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신학계에서는 흔히들 한국 선교의 효용성을 위해서 자주 나오는 말이다. 1990년대 초에 서울 강남에 위치한 충현교회에서 있었던 선교대회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그 때에 나왔던 화두가 김치 미션이었다.
최근 김장철이 대두되면서 김치 인심이 부쩍 늘었다. 정성껏 김치를 담아서 자신의 먹을 것을 추스른 다음에 작은 용기에 담아서 나누는 모습 속에 우리 민족 속에 내재되어 있는 나눔의 공동체 문화의 면모를 볼 수 있어서 가슴 뿌듯하다. 이토록 김치는 우리 민족이 지닌 따뜻한 정을 나눌 수 있는 유용한 도구이다. 이러한 아름다운 모습들을 선교현장에서 활용된다면 참으로 유용한 선교 도구로 쓰임을 받을 것이라 생각된다.
김치의 유래는 고려시대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에 "무를 소금에 절여서 구동지에 대비한다"는 기록으로 미루어 이미 그때에도 김장을 담갔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오늘날에 담그는 김장법의 원류는 조선 후기에 수입된 고추의 실생활화와 깊은 관계가 있다. 17세기에 이르러 문헌에 그 사용의 구체적인 예들이 별로 보이지 않던 고추가 조미료로 사용되기에 이른다. 일설에 의하면 고추는 더운 남방산(南邦産)으로 임진왜란 이후에 들어와 김치의 제조방식과 고추장 등 음식문화에 일대 변혁을 일으켰다 한다. 그때까지 우리 민족은 소금·후추·천초(川椒) 등을 주로 사용하였으나 김치 담그는 법에 고춧가루가 사용됨으로써 오늘날 담그는 것과 같은 고춧가루 양념의 새로운 김장법이 정착되었다 한다. 또 김치 담그는 방법에서 17세기에 확실히 달라진 것은 양념으로 고추·마늘·파·생강을 사용했다.
김장을 담그는 일은 우리 민족의 가을철 풍습 가운데 매우 정겨운 풍습이다. 겨울철부터 봄에 이르는 기간 동안 기본 반찬으로 매우 중요한 김치는. 늦가을 배추를 거두어서 소금에 절여 물에 씻어두고 온갖 양념을 무채와 함께 버무려 배춧잎 사이사이에 속을 집어넣는데.. 특히 별다른 반찬이 없고 야채 구하기가 쉽지 않던 시절에 김장 담그는 풍습은 겨울나기를 위한 첫 번째 중요한 일이었다. 김장을 담그는 법은 지역에 따라, 만드는 김치에 따라 매우 다양하지만 공통점은 이웃 간에 품앗이로 함께 모여서 담소를 즐기며 공동으로 김장을 담그고 나눠먹는 것이다.
필자도 어린 시절 어머님이 담가준 김치를 맛 볼 때는 마치 잔칫날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하얀 쌀밥에 갓담은 김치를 주욱 찢어서 함께 먹으며 즐거워 하는 모습에서 보듯 김치는 가족과 이웃들이 함께 모이는 공동체의 먹거리였다.. 나눔과 공동체라는 의식 그리고 다 함께 건강하게 먹는 겨울 먹거리로서 김치의 역사는 우리의 삶에서 정말 중요한 부분이다.
필자가 필리핀에서 선교할 때에 김치를 마련하여 이웃들에게 나누었던 적이 있다. 매주 한번씩 집사람을 중심으로 필리핀 현지 여인들이 모여서 배추를 다듬고, 마늘을 갈아서 넣음과 아울러 고추과의 피망을 갈아 비벼 만들면 그럴듯한 김치가 탄생되었다. 따라서 김치를 마련하는 날은 필리핀 아주머니들의 수다의 장이요, 삶에 지친 마음들을 달래는 날이며, 스트레스를 풀어버리는 날이기도 했다. 결국 이를 통해서 신앙과 삶을 나누는 선교의 장이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요즘은 세계화되어 가는 과정이라, 일본과 미국등 전 세계적으로 건강에 관련되어 각광을 받고 있다 하니 완전식품체로서 김치는 조상들의 지혜와 정성이 담긴 훌륭한 음식이다. 김치는 이미 세계화 속에서 자리 잡은 한국의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품격 있는 대표 식품이 되었다.
필자는 이러한 김치를 더욱 적극적으로 선교에 활용하자는 것이다. 한류의 열풍은 한국 속에 있는 재능들을 세계 속에 심어 가고 있다. 이러한 기류를 활용하여 김치 만드는 방법에 대한 강좌를 매개체로 하여 선교전략을 꾸민다면 의미 있는 방법이 될 것으로 본다. 금년 7월 초에 이스라엘의 예루살렘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 때에 우리는 안내한 선교사님의 이야기 가운데 한국문화원을 운영하는 목사님께서 김치 제조 방법과 한글 강좌를 광고했더니 현지 이스라엘 주부들이 문전성시를 이루면서 강좌에 등록하였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필자는 오늘 우리민족 속의 대표적인 식품인 김치를 통한 선교 방법을 제시하였다.. 우리 속에 있는 따뜻한 마음이 담긴 김치 공동체가 세계의 모든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아름다운 선교의 결과를 낳기 바란다.
2013년 12월 1일 “교회연합신문 선교 칼럼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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