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4. 8. 12:47ㆍ선교칼럼
결혼 시즌에 생각해 볼 일
조귀삼 교수(한세대 선교학)
필자는 오늘 점심시간에 몇 분의 교수님들과 함께 식탁에 앉아서 세평을 나누며 식사를 하였다. 한 교수님이 저에게 인생에 있어서 가장 소중한 삶의 요소가 무엇이냐고 질문을 던졌다. 나는 자연스럽게 결혼이라고 대답하였다. 때마침 옆자리에 앉은 다른 교수님께서는 자신의 딸을 시집보낼 날자를 잡아 두어 관심이 많은 주제가 됨으로 참 좋은 대답이라고 하면서 우리들의 대화는 이어갔다. 사실 결혼이란 참으로 중요한 요소이다. 어떤 사람을 만나서 생활하느냐에 따라서 인생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결혼 소개업소 같은 곳에서 계량적으로 사람을 평가하여 성적표를 만들고 거의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끼리 짝이 되도록 만들어 주는 기관도 성업 중이라고 들었다.
사실 자녀들의 결혼 이야기가 나오면 필자의 마음은 두근거릴 때가 많다. 왜냐 하면 아직도 결혼 시켜야 할 자녀가 세 명이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선교사로 살아온 나에게는 그렇게 내놓을 만한 재산도 없고, 사회적인 명성도 높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결혼이란 젊은이들이 삶의 과정 가운데 만나서 똑바른 세계관과 같은 삶의 목표를 가지고 삶을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환경들을 너무 의식하는 것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따라서 최근 조선일보에서는 기획 특집으로 우리의 결혼 문화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글들을 살펴보면, 호텔에서 예식을 고집하는 자녀들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부모님들의 표정과, 상대방 친척들에게 인사하는 문제로 말미암아 속상해 하는 경우, 그리고 연애는 잘했지만 결혼에 앞서서 상대방의 생활환경을 보고 돌아서 버리는 비정한 경우도 소개되고 있다.
이러한 세태 속에서도 우리의 아음을 흐뭇하게 만들어 주는 기사들도 많이 있다. 11월 11일 자 조선일보에 소개된 내용을 보면 하나님의 사람들이 왜 세상 사람들과 비교하여 다른 성품의 소유자들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예비부부인 정재호(33·경기도 광명시)씨 커플이 결혼식 날짜를 잡기 위해 전화를 건 곳은 구호·후원 기관인 기아대책이었다. 올해 초부터 캄보디아에 사는 열두 살 소년과 열한 살 소녀를 각각 후원해온 두 사람은 "신혼여행은 두 아이가 사는 곳으로 가자"고 정했기 때문이다. "직접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 날짜를 잡아주세요. 거기에 맞춰 예식 날짜를 잡고 신혼여행 일정도 짤게요." 그렇게 택일한 날짜가 오는 22일. 그리고 캄보디아의 당 뚱이라는 곳에서 신혼여행의 첫 이틀을 보내기로 했다. 수도 프놈펜에서 비포장도로를 차로 달려 3시간을 간 뒤 다시 걸어서 30분을 들어가야 나오는 오지다.
주위에서는 "일생에 한 번뿐인 신혼여행인데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며 만류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생각은 달랐다. '우리 둘의 결혼식을 기념해서 가는 여행인데 남들의 눈치를 보느라 정말 원하는 것을 못 하면 안 된다.' 이들은 "그 아이들은 우리의 첫 아들, 딸이나 마찬가지"라며 "아이들의 사정 때문에 이틀 정도만 함께할 수밖에 없다는 게 아쉬울 뿐"이라고 말했다. 요즘 두 사람의 가장 큰 고민은 당뚱의 두 아이와 동네 친구들에게 줄 선물을 고르는 것. 정씨는 기자와 통화에서 "아이들과 헤어진 뒤엔 캄보디아의 다른 휴양지와 명소를 여행할 것"이라며 "대단한 일을 하는 게 아니다"며 쑥스러워했다.
기아대책 관계자는 "물론 신혼여행의 경우 일정을 맞추기가 워낙 어려워 만남이 성사되는 건 많지 않지만 이런 문의가 들어온다는 것 자체가 우리 후원 문화가 한층 성숙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휴가 기간에 부부나 가족 단위로 후원 아동을 만나고 싶다는 문의도 매년 7~8건에 이른다"라고" 말했다.
최근에 필자는 손주를 보았다. 몇 년 전에 캠퍼스 커플로 만난 딸아이가 손주를 잘 생산하여 처음 나들이로 친정집을 찾아왔다.. 그들이 결혼할 때에 단돈 500만 원을 쥐어 주며 결혼을 준비하도록 하였고, 대견스럽게도 대부분의 혼수품은 생략하였고 심지어 드레스마저도 친구의 것을 빌려 입었다. 특히 감사한 것은 나의 선교적 삶을 이해하여 주신 사돈댁이었다. 이렇게 시작한 그들이었지만 오손도손 살아가는 모습 속에서 행복의 의미를 다시 배우는 시간이기도 하다. 어쩌면 무능한 사람의 넋두리 같지만 결혼 시즌에 생각해 보는 삶과 선교의 의미이기도 하다.
2014년 11월 16일 “교회연합신문 선교 칼럼 기고”
'선교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교사의 우울증 해소 제언 (0) | 2020.04.08 |
---|---|
모정(母情)이 주는 감동 (0) | 2020.04.08 |
목회 환경의 어려움과 선교과제 (0) | 2020.04.08 |
아무나 못 가는 천국 (0) | 2020.04.08 |
승영이의 기도와 신학생 (0) | 2020.04.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