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3. 27. 10:40ㆍ선교칼럼
천국의 청문회
조귀삼(Ph.D, 세계로 선교연구원 원장)
최근 한국의 정치문화 가운데 중요한 시험대가 소위 청문회 제도이다. 청문회정치는 텔레비전을 통해서 시청자로 하여금 많은 볼거리를 제공해 주고 있다. 필자 같은 정치에 무관심하며 살아가는 사람도 청문회를 통해서 정치의 또 다른 면을 배우고 있다. 마치 양파껍질을 벗기듯이 과거의 행적 하나하나를 들추어내어 평가하는 모습 속에서 높은 자리가 얼마나 힘 이드는 자리인가를 엿보게도 한다. 사실 청문회장에서 당하고 있는 당사자들의 얼굴을 처다 보면 측은한 생각도 들면서 "어쩌다 저렇게 심하게 당하고 있나"라는" 생각도 들기도 한다.
타락된 인간들이 살아가는 이 세상에 절대적인 것과 완전한 것이 없음은 누구든지 인지하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약점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만은 청문회야말로 과거와 현재의 모든 행적들이 속속 들어 나고 있다. 청문회의 결과를 통해서 평소에 그 사람에게 가졌던 신뢰감들을 하루아침에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최근에 어느 여성 총리지명자도 청문회 피해자라고 볼 수 있다. 필자가 이해하기는 부부가 나름대로 성실하게 살아오신 분으로 알았다. 그러나 그렇게 여겼던 마음도 청문회 도중에 터져 나온 다양한 일들로 인해서 그동안에 가졌던 순순한 마음들이 많이 망가뜨려지는 결과를 보게 되어 속이 많이 상하기도 하였다.
필자는 약간 황당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것은 청문회를 실시해 보았더니 오히려 청문회 이전에 가졌던 마음보다도 더욱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사람은 없을까 이다. 즉 그분의 삶이 청문회 과정에서 더욱 고결하게 보이는 경우이다. 삶의 뚜껑을 열어보았더니 평소에 자신만을 위한 삶이 아닌 타인을 위한 삶이었다는 말이다. 자선사업, 사회사업, 많은 기부금, 그리고 인류애적인 관점에서 해외의 선교사역에 자신을 헌신하였던 것들이 청문회를 계속하면 할수록 더욱더 밝혀져서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는 감동의 삶이었으면 좋겠다. 만약 그렇게만 된다면 텔레비전을 쳐다본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존경과 사랑을 받게될 것이다.
필자는 한국의 청문회문화를 보면서 잠시 천국의 청문회를 생각하게 된다. 논자를 포함한 한국의 모든 교회 지도자들이 이 세상의 일을 마감하고 하나님이 부르셨을 때에 천국 입성에 앞서서 만약 우리들의 삶의 청문회를 개최한다고 하면 얼마나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까? 이러한 생각은 신학적인 입장을 몰라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물론 그리스도의 피가 우리를 모든 죄에서 구원해 주신다. 구원은 믿음에서 오는 것이지 인간의 행위를 통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분명한 신학적 입장에도 불구하고 구원받은 성도들이 자신의 삶 속에서 만약 성화의 삶을 잃어버렸을 때에는 역사적 청문회 속에서 비참한 기록을 남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세상의 청문회를 보면서 우리 지도자들은 타산지석의 안목을 가져야 하겠다. 교회의 존재 목적이 이 세상에서의 윤리성 회복이나, 정치제도의 개선이나, 넘치는 사회사업이 전부일 수는 없다. 그러나 교회는 하나님 나라 모형이 무엇인지를 세상에 보여주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 21세기의 투명사회 속에 와 있다. 자신이 누구인지를 타인이 더욱 잘 아는 세대에 와 있다는 말이다. 마치 우리는 유리상자 속에 들어있는 것처럼 살아야 하겠다.
이제 필자는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세상의 청문회도 통과하기가 쉽지 않음을 최근에 알게 되었을 것이다. 이세상의 청문회는 단회적인 사건으로 끝난다. 그리고 정치적 상황에 따라서 통과될 수도 있고, 거부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들어가서 영원히 살아야할 천국의 청문회를 생각해 보았는가? 자신이 살면서 행한 모든 행동과 부끄러운 것들이 필름처럼 스치게 될 것이다. 첫날밤 신부가 신랑을 맞을 때에 더럽혀진 몸과 마음을 가지고 어떻게 그 얼굴을 대하겠는가.
2002년 9월 “교회와 연합신문 토요시평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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